
“설탕 성분이 머리카락을 다시 자라게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조금 황당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실제로 특정한 당 성분을 이용해 탈모 모델 생쥐의 털 성장을 촉진한 연구가 발표됐습니다.
여기서 가장 먼저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연구에 사용된 것은 우리가 먹는 설탕을 두피에 바른 것이 아닙니다.
연구 대상은 2-deoxy-D-ribose(2dDR)라는 당 성분이며, 이를 알지네이트 기반 하이드로겔에 넣어 사용했습니다. 따라서 이 연구를 보고 일반 설탕을 두피에 바르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 상처 연구에서 우연히 발견된 단서
연구진은 원래 2dDR이 새로운 혈관 형성을 촉진해 상처 치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흥미로운 현상이 관찰됐습니다. 2dDR로 치료한 상처 주변에서 털이 더 빠르게 자라는 모습이 나타난 것입니다.
연구진은 이 현상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2dDR이 실제 모발 성장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별도의 실험으로 확인했습니다.
🐭 실제 실험은 어떻게 진행됐을까?
연구진은 수컷 C57BL/6 생쥐에 테스토스테론을 투여해 안드로겐성 탈모와 유사한 모델을 만든 뒤 여러 그룹으로 나누어 비교했습니다.
아무 치료를 하지 않은 그룹과 하이드로겔만 사용한 그룹, 2dDR 하이드로겔 그룹, 2% 미녹시딜 그룹, 2dDR과 미녹시딜을 함께 사용한 그룹 등을 비교했고 치료는 20일간 진행됐습니다.
그 결과 2dDR 하이드로겔을 사용한 생쥐에서는 털의 길이와 굵기뿐 아니라 모낭의 길이와 밀도, 성장기 모낭의 비율, 모낭 주변의 혈관 수 등 여러 지표에서 개선이 관찰됐습니다.
특히 연구진은 2dDR군의 모발 재성장 효과가 미녹시딜군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습니다. 다만 2dDR과 미녹시딜을 함께 사용한다고 해서 뚜렷한 추가 이점이 나타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 왜 털이 자랐을까?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혈관 생성(angiogenesis)입니다.
모낭도 성장하려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아야 합니다. 연구에서는 2dDR을 사용한 생쥐의 피부에서 혈관 수가 증가하는 모습이 관찰됐습니다.
연구진은 2dDR이 혈관 생성을 촉진하면서 모낭 주변의 혈액 공급을 개선하고, 이것이 모발 성장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단서가 붙습니다.
정확한 작용기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연구진 역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명확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사람도 사용할 수 있을까?
아직 그렇게 말할 단계는 아닙니다.
이번 연구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탈모 치료 임상시험이 아니라 생쥐를 이용한 전임상 연구입니다.
동물실험에서 효과가 나타났다고 해서 사람에게 같은 효과와 안전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셰필드대는 이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협력 파트너를 찾고 있으며 관련 기술은 특허 출원 단계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즉 흥미로운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우리가 약국에서 구입해 사용할 수 있는 검증된 탈모 치료제가 된 것은 아닙니다.
🧼 일반 설탕을 머리에 바르면 안 됩니다
‘당이 머리카락을 자라게 했다’는 제목만 보고 설탕물이나 설탕을 두피에 바르면 비슷한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연구에 사용된 2dDR은 일반적인 식용 설탕과 다르고, 연구진은 정해진 조성의 하이드로겔을 만들어 실험했습니다.
따라서 현재 이 연구의 의미는 새로운 탈모 치료 후보를 발견했다는 데 있습니다.
마무리
탈모 치료 연구에서 재미있는 점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새로운 단서가 발견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상처 치유를 연구하다 발견한 작은 변화가 모발 재생 연구로 이어졌고, 동물실험에서는 기존 치료제인 미녹시딜과 비교할 만한 결과까지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습니다.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는지, 어느 농도가 적절한지, 장기간 사용해도 안전한지 등을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탈모 치료제가 나왔다’고 말하기보다,
“탈모 치료의 흥미로운 새로운 후보가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