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끼리 비밀 언어를 만든다고? 진실은 이렇습니다
최근 유튜브에서 860만 조회수를 넘긴 영상 하나가 화제를 모았습니다. 두 AI 에이전트가 서로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삐빅삐빅 알 수 없는 소리로 소통을 시작한 것. 이를 본 사람들은 “AI가 인간 몰래 비밀 언어를 만든 거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며 공포에 휩싸였죠.
하지만 과연 그게 정말 비밀 언어였을까요?
🎙️ 그 소리는 ‘기버링크’라는 기술이었다
해당 영상에서 들린 소리는 AI가 자체적으로 만든 언어가 아니라, 메타(Meta)의 개발자들이 만든 통신 프로토콜 ‘기버링크(GiverLink)’였습니다. 이 기술은 2025년 2월에 개발된 것으로, AI끼리 인간처럼 음성 인식 과정을 거치지 않고, 기계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데이터를 주고받기 위해 만들어졌죠.
기버링크는 과거 다이얼 모뎀의 원리를 응용한 것으로, 전화선 없이도 공기 중 음성 신호만으로 통신이 가능하게 만든 기술입니다. 이 기반이 된 건 2020년 조지 게르가노프가 개발한 ‘GG 웨이브(GG Wave)’라는 기술이었어요.
즉, AI가 삐빅거리는 소리를 낸 건 단순히 기계 간 통신을 위한 신호였던 것이죠. 비밀 언어는 아니었습니다.
🧠 그런데 AI가 언어 규범을 만든다고?
이런 오해는 처음이 아닙니다. 2017년 페이스북의 AI 실험에서도 두 챗봇이 이상한 대화를 나누자 “AI가 인간 언어를 벗어나 독자적인 언어를 만들었다”는 루머가 퍼졌고, BBC 등 해외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했죠.
하지만 실상은 단순한 줄임말이었고, 영어 규칙을 따르지 않도록 설정한 실험 조건 때문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투미 투미 투미”는 “나한테 아이템 다섯 개 줘”라는 의미였던 거죠.
🧪 진짜 흥미로운 건 최근의 AI 언어 실험
영국 세인트 조지 런던대 수학과 교수팀은 AI가 인간처럼 언어 규범을 만들 수 있는지를 실험했습니다. 메타와 앤트로픽의 모델을 활용해 24~200개의 AI 에이전트를 생성하고, 이들에게 ‘이 사물을 어떤 이름으로 부를까?’라는 게임을 반복하게 했습니다.
- 같은 이름을 선택하면 +100점
- 다른 이름을 선택하면 -50점
이 과정을 수십 번 반복하자, AI들은 특정 알파벳을 선택하는 쪽으로 수렴하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큐(Q)’만 고르는 스파이 AI를 넣자, 다른 AI들도 큐를 따라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죠.
이건 마치 누군가 “킹받네”라는 말을 계속 쓰다 보니, 주변 사람들이 따라 쓰게 되는 현상과 비슷합니다. AI도 소수의 행동에 영향을 받아 언어 관습을 형성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셈이죠.
🧩 결론: AI는 아직 비밀 언어를 만들진 않지만…
AI가 인간 몰래 음모를 꾸미는 시대는 아직 아닙니다. 하지만 AI가 단순히 말하는 수준을 넘어서, 인간처럼 언어 규범을 형성하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는 건 분명 놀라운 사실입니다.
기술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AI는 점점 더 인간처럼 사고하고 소통하려 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건, 기술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균형 잡힌 시선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