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을 보는 아이를 걱정하는 부모는 많습니다.
“너무 오래 보면 안 돼.”
“밥 먹을 때는 스마트폰 내려놓자.”
그런데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시간만큼이나 한번 돌아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있을 때 부모는 스마트폰을 얼마나 보고 있을까요?
2026년 8월 17일 국제학술지 JAMA Pediatrics에 발표된 연구에서 부모의 스마트폰 사용시간과 어린아이의 언어 발달 사이에 흥미로운 연관성이 관찰됐습니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스마트폰은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아이가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연구에 가깝습니다.
👨👩👧 부모의 스마트폰 사용과 아이의 언어 발달을 추적했다
연구진은 노르웨이 아동 747명을 대상으로 약 2년간 언어 발달과 디지털 기기 사용을 추적했습니다.
연구 시작 당시 아이들의 나이는 약 4~5세였고, 이후 5~7세까지 언어 능력의 변화를 살펴봤습니다.
조사 항목에는 아이의 화면 사용시간뿐 아니라 주 양육자의 스마트폰 사용시간, 아이의 개인 디지털 기기 소유 여부 등도 포함됐습니다.
그 결과 눈에 띄는 부분이 하나 있었습니다.
주 양육자의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하루 1시간 늘어날수록 아이의 수용어휘 발달 속도가 더 느린 것과 연관성이 나타난 것입니다.
수용어휘란 아이가 직접 말할 수 있는 단어의 수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누군가 “책상 위에 있는 빨간 컵을 가져다줘”라고 말했을 때 그 말의 의미를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처럼, 아이가 듣고 이해할 수 있는 단어 능력을 말합니다.
아이가 자기 디지털 기기를 가진 경우도 차이가 있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결과가 있었습니다.
4~5세 때 자신만의 디지털 기기를 가지고 있던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연구 시작 시점의 어휘와 문법 점수가 낮게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아이의 언어 발달을 방해한다는 뜻일까요?
여기에서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연구에서 조사한 대부분의 다른 화면 사용 지표에서는 이후 언어 성장 속도와 뚜렷한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번 결과를
“스마트폰을 보면 아이의 언어 발달이 늦어진다.”
라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 중요한 것은 '화면'보다 사라지는 대화일 수 있다
아이들은 언어를 교과서처럼 배우지 않습니다.
부모가 아이의 질문에 대답하고, 아이가 가리키는 것을 함께 바라보고, 아이가 어설프게 한 말을 다시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수많은 작은 대화 속에서 언어를 배웁니다.
“엄마, 저게 뭐야?”
“저건 구름이야. 오늘 구름이 정말 크네.”
이렇게 몇 초밖에 걸리지 않는 대화가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 반복됩니다.
그런데 부모의 시선이 스마트폰 화면에 머물러 있다면 이런 작은 상호작용의 일부가 자연스럽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연구진 역시 부모의 스마트폰 사용이 아이와의 언어적 상호작용을 방해할 가능성을 하나의 설명으로 제시했습니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단순히 '스마트폰을 몇 시간 봤느냐'만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 시간 동안 무엇이 사라졌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부모가 스마트폰을 끊어야 할까?
그럴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현대 생활에서 스마트폰은 연락, 업무, 은행 업무, 쇼핑, 지도, 사진 촬영까지 거의 모든 생활에 사용됩니다.
부모에게 무조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말라고 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대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 중 일부만이라도 '스마트폰이 끼어들지 않는 시간'을 만들어보는 것은 충분히 시도할 만합니다.
예를 들어 식사하는 동안 스마트폰을 잠시 치워두거나, 잠들기 전 20분 동안 함께 책을 읽거나, 산책할 때 아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같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거창한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오늘 어린이집에서 뭐 했어?”
“저 꽃은 무슨 색 같아?”
“강아지가 왜 저쪽을 보고 있을까?”
이런 평범한 대화가 아이에게는 살아 있는 언어 공부가 됩니다.
🔎 이번 연구에서 꼭 기억해야 할 점
이번 연구는 전향적 코호트 관찰연구입니다.
따라서 부모의 스마트폰 사용과 아이의 수용어휘 발달 사이에 연관성이 발견됐다고 해서, 스마트폰 사용이 언어 발달 저하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증명된 것은 아닙니다.
가정환경, 부모의 생활방식, 교육환경 등 연구에서 완전히 통제하기 어려운 다른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 연구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계이지, 모든 부모에게 적용되는 확립된 의학적 지침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생각해볼 만한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아이의 화면만 바라보고 있지는 않았을까
그동안 우리는 주로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오늘 스마트폰 얼마나 봤어?”
하지만 가끔은 질문의 방향을 바꿔볼 필요도 있겠습니다.
“나는 오늘 아이 앞에서 스마트폰을 얼마나 보고 있었을까?”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주느냐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있는 동안 부모가 스마트폰을 얼마나 보고 있는지도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면 중요한 것은 화면 자체보다 화면 때문에 사라지는 눈맞춤, 대답, 질문 그리고 대화의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아이에게 새로운 단어 하나를 더 가르쳐주는 것보다 아이가 건네는 말 한마디에 제대로 대답해주는 것.
언어 발달의 시작은 의외로 그런 평범한 순간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 글은 2026년 8월 JAMA Pediatrics에 발표된 노르웨이 아동 747명 대상 전향적 코호트 연구를 바탕으로 정리한 정보성 콘텐츠입니다. 해당 연구는 관찰연구이므로 부모의 스마트폰 사용이 아이의 언어 발달 저하를 직접 유발한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