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 한복판에 등장한 ‘쉬인(Shein)’

샤넬, 디올, 에르메스…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 단어죠.
하지만 지금 파리 패션의 심장부에서는
조용한 혁명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
중국의 초저가 패션 브랜드 쉬인(Shein).
“명품의 성지 파리에 쉬인 매장이라니?”
프랑스인들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습니다.

💥 개점 첫날부터 ‘줄 서는 파리’

지난 11월 5일, 파리 8구의 유서 깊은 백화점.
이곳에 세계 최초의 쉬인 상설 매장이 문을 열었죠.
매장 오픈 몇 시간 전부터 수백 명이 줄을 섰고,
문이 열리자마자 진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와, 15,000원짜리 원피스?”
“티셔츠가 2,000원이라고?”

가격을 본 시민들의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하지만 밖에서는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졌죠.
‘노동 착취 반대!’ ‘환경오염 멈춰!’
피켓을 든 시위대와 경찰이 맞서며 긴장감이 팽팽했습니다.

패션 행사라기보다, 거의 시위 현장 분위기였어요.

쉬인의 무기는 단 하나, 속도와 가격입니다.
신제품 기획 → 생산 → 판매까지 단 25일.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패션 회전율을 자랑하죠.

원피스 15,000원, 청바지 10,000원대,
탑은 단돈 2,000원…
심지어 유행이 막 시작된 디자인이 쏟아집니다.

그야말로 패션계의 인스턴트 라면이에요.
끓는 속도는 빠르고, 중독성도 강합니다.

겉으론 환경오염, 노동착취를 이유로 들었지만
속내는 좀 다릅니다.

“이러다 프랑스 패션 산업 무너진다!”
명품의 자존심이 초저가 공세에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
실제로 쉬인은 자라·H&M을 제치고
세계 1위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되었죠.

프랑스 정부는 초강수로 대응했습니다.
쉬인 소포 20만 개를 전부 열어 확인하고,
허위광고 혐의로 3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명품의 나라답게 “우린 싸구려에 굴하지 않는다”는
자존심의 칼을 뽑은 셈이죠.

하지만 정작 파리 시민들의 속내는 조금 다릅니다.

“솔직히 샤넬은 못 사잖아요.”
“요즘 물가에 쉬인이 현실적이지!”

프랑스 경제가 흔들리고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쉬인은 ‘현실적인 선택지’로 떠오른 겁니다.
명품의 나라조차,
이제는 가격 앞에 무너지는 시대가 된 거죠.

쉬인은 단순한 패션 브랜드가 아닙니다.
세계 경제 구조의 균열,
그리고 프랑스 자존심의 시험대이기도 하죠.

한쪽에서는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 외치고,
다른 쪽에서는 “이게 삶이지”라며 옷걸이를 듭니다.

어쩌면 이 싸움은 값의 전쟁이자 가치의 전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명품이냐, 생존이냐 — 파리의 선택은 이제 막 시작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