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장 속에 ‘또 다른 나’가 살고 있다 — 마이크로바이옴 이야기
우리는 늘 이렇게 말한다.
“내 기분이 왜 이럴까…?”
“오늘은 갑자기 샤브샤브가 왜 땡기지…?”
“내 의지력은 어디로 도망간 거야…?”
바로 배 속, 그것도 장 속 깊숙한 미생물들.
네.
그리고 이 친구들이 내 기분, 식욕,많은 걸 좌우 하기도 한다.
🧬 인간 세포 38조, 미생물 39조
이 말은 조금 쇼킹하다.
우리는 ‘인간보다 미생물이 더 많은 존재’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가 38조 개 정도인데
장 속, 피부, 입안에서 살아가는 미생물은 39조.
수적으로 이미 장악당했다.
우리는 ‘독립적 인간’이 아니라
거대한 공동체 아파트 같은 존재다.
🧩 장과 뇌는 단순히 남남이 아니다
‘장이 뇌를 이긴다’는 말 혹시 들어보셨어요?
이건 그냥 속설이 아니라 진짜다.
장과 뇌 사이에는 미주신경(Vagus nerve)이라는
‘고속도로 신경망’이 깔려 있다.
미생물들은 이 신경을 타고
우리가 먹고 싶은 음식, 느끼는 감정, 피곤함까지
뇌에게 의견을 보내고 있다.
심지어 혈액을 타고 직접 뇌까지 가서
신경세포를 자극할 때도 있다.
그래서
갑자기 ‘야채가 먹고 싶다’는 그 기적 같은 순간…
그건 사실 내 미생물들의 단체 메시지일 수도 있다.
🍼 태어날 때부터 시작되는 ‘나의 미생물 역사’
재밌는 건,
미생물 구성은 출생 방식부터 달라진다는 사실.
- 자연분만 → 엄마의 질·피부 미생물을 그대로 상속
- 제왕절개 → 엄마 피부 + 병원 환경 균이 먼저 정착
그래서 최근 연구에서는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에게
‘엄마 질 미생물’을 살짝 발라주면
자연분만 아기와 미생물 구성이 비슷해진다는 결과도 있다.
즉,
미생물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인생을 함께하는 룸메이트다.
🥦 좋은 미생물의 밥 = 식이섬유
엄마가 평생 “채소 좀 먹어!”라고 외쳤던 이유?
사실 과학적으로 완벽한 조언이었다.
유익한 미생물들은 식이섬유를 먹고 산다.
우리가 가지지 못한 효소를
미생물들이 가지고 있어서
우리를 대신해 분해하고
항염·항암·대사 촉진 같은 좋은 물질들을 만들어낸다.
그러니 샤브샤브집에서
“야채 왕창 주세요!” 충동이 찾아오는 날은
내 의지가 아니라
내 안의 ‘삐깔리 박테리움’ 같은 유익균들이
“야… 우리도 좀 먹자…” 신호 보내는 걸지도.
😈 나쁜 미생물도 원래는 나쁜 게 아니다
재미있는 건 이거다.
나쁜 미생물도 원래는 착하다.
환경만 좋으면 얌전하게 살고,
식이섬유 듬뿍 들어오면 고분고분한데,
문제는…
- 야채 없음
- 기름진 음식 폭주
- 스트레스
- 불규칙 생활
이런 상황이 오면
걔네들이 흑화한다.
“어? 단백질 왔네? 그럼 독성물질 만들어볼까?”
하고 장 점막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장은 생태계와 똑같다.
비율·밸런스가 무너지면
너무 쉽게 염증·피로·식욕폭주 같은 일이 생긴다.
🍓 결론: ‘장 속의 그들’은 나의 두 번째 뇌다
장과 뇌는 따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서로 하루 종일 DM을 주고받는 사이.
내 기분·식욕·체력·면역·피부 상태·감정까지
그들이 은근히 조정한다.
그래서 현대 의학이 내린 결론은 이거다.
“건강한 인간은 장 속의 생태계가 건강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