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대표 AI’ 3팀으로 압축|LG AI연구원·SK텔레콤·업스테이지 경쟁
요즘 인공지능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ChatGPT나 Gemini 같은 해외 서비스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일상생활은 물론 기업, 행정, 국방 같은 중요한 분야까지 해외 AI에 크게 의존하게 된다면 어떨까요?
바로 이런 문제에서 시작된 것이 정부가 추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입니다.
쉽게 말하면 다른 나라의 AI 모델을 가져다 조금 수정하는 수준을 넘어, 우
리 기술로 AI의 기반이 되는 모델 자체를 개발해보자는 프로젝트입니다.
그리고 2026년 8월 18일, 이른바 ‘국가대표 AI’ 경쟁을 이어갈 세 팀이 공개됐습니다.
바로 LG AI연구원, SK텔레콤, 업스테이지입니다.
‘국가대표 AI’가 대체 뭘까?
먼저 파운데이션 모델이라는 말부터 어렵습니다.
우리가 ChatGPT 같은 생성형 AI에게 질문하면 글을 쓰고, 내용을 요약하고, 번역하고, 코딩까지 해줍니다.
이런 다양한 AI 서비스를 만드는 데 토대가 되는 거대한 기본 모델을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이라고 부릅니다.
건물에 비유하면 여러 AI 서비스가 올라설 수 있는 튼튼한 기초공사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정부는 해외 거대 AI 모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는
AI 기반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2025년부터 이 프로젝트를 추진해왔습니다.
단순히 한국어를 잘하는 챗봇 하나를 만드는 대회는 아닙니다.
AI 시대에 필요한 기술 주권과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것이 더 큰 목적입니다.
결국 3팀이 남았다
이번 2차 평가에는 LG AI연구원, SK텔레콤, 업스테이지, 모티프테크놀로지스 등 네 팀이 참여했습니다.
평가는 단순히 시험 문제를 잘 푸는 AI를 고르는 방식만으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각종 벤치마크 평가뿐 아니라 전문가 평가와 실제 사용자 평가까지 종합했습니다.
사용자 평가에는 AI 업계 전문 사용자 49명과 일반 국민 185명이 참여해 실제 사용성과 효용성도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모티프테크놀로지스가 탈락하고 LG AI연구원·SK텔레콤·업스테이지 세 팀이 다음 단계에 진출했습니다.
이제 이 세 팀 가운데 최종적으로 2개 팀을 선정하는 경쟁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세 회사가 만드는 AI는 무엇이 다를까?
재미있는 것은 세 팀의 강점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입니다.
LG AI연구원은 자체 AI 모델 개발 경험과 함께 국제기구와의 협업 전략, 스스로 여러 단계를 수행하는
에이전틱 AI 기술, AI 위험 관리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SK텔레콤은 실제 산업에 적용하는 능력이 눈에 띕니다. 대규모 상용 서비스뿐 아니라
국방·제조·법무·세무 등 전문 분야에서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는 실증이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업스테이지는 국내 AI 생태계와의 결합이 흥미롭습니다. 포털 다음 서비스 환경에서의 실증과 함께 퓨
리오사AI의 국산 NPU와 협업하는 등 한국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연결한 성과가 높게 평가됐습니다.
같은 AI 경쟁이지만 세 회사가 그리고 있는 미래의 모습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왜 한국이 굳이 자체 AI를 만들어야 할까?
여기서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ChatGPT 잘 쓰고 있는데 굳이 한국 AI가 또 필요한가?”
개인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할 수 있는 질문입니다.
하지만 국가와 산업 차원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AI가 기업의 업무뿐 아니라 의료, 금융, 제조, 행정, 국방 등 사회의 중요한 기반 기술로 확대된다면
특정 해외 기업의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이 위험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비스 정책이나 가격이 바뀔 수도 있고, 중요한 데이터가 어떤 방식으로 처리되는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한국어뿐 아니라 한국의 법률·문화·산업 환경을 더 잘 이해하는 AI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세계 여러 나라가 관심을 갖는 것이 바로 ‘소버린 AI(Sovereign AI)’, 즉 자국이 통제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AI 기술입니다.
한국 AI는 정말 세계 3위일까?
이번 발표에서 특히 눈길을 끈 부분이 있습니다.
평가에 참여한 네 팀의 모델 모두 미국의 비영리 AI 연구기관 Epoch AI가 선정하는
‘주목할 만한 AI 모델’ 목록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현재 이 목록에 모델을 올린 국가가 한국·미국·중국이라는 점을 근거로 정부는 한국이 글로벌
AI 모델 경쟁에서 미국과 중국에 이어 3위권에 진입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는 조금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이 곧바로 “한국 AI가 ChatGPT나 세계 최고 모델보다 성능이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AI 성능은 추론, 코딩, 언어 이해, 멀티모달, 실제 서비스 능력 등 평가 방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세계 3위’라는 숫자 자체보다 한국 기업들이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얼마나 빠르게
키우고 있는가를 보는 편이 더 중요합니다.
우리가 실제로 사용할 날도 올까?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하지만 반드시 지금의 ChatGPT와 똑같은 형태의 서비스가 되어 국민에게 제공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그 자체가 하나의 서비스라기보다 여러 서비스의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기업의 업무 AI, 제조 현장의 AI, 법률·세무 서비스, 공공서비스, 검색, 개인 AI 비서 등 다양한 곳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몇 년 뒤 우리가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면서도 그 안에서 한국에서 개발된 AI 모델이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습니다.
내 생각
이번 소식을 보면서 흥미로웠던 것은 ‘어느 회사가 1등을 할까’보다
AI가 이제 국가의 기반 기술로 취급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과거에는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같은 산업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했다면 앞으로는
AI 모델과 데이터, AI 반도체, 컴퓨팅 인프라까지 하나의 산업 생태계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국가대표라는 이름만 붙인다고 세계적인 AI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실제로 사람들이 사용했을 때 얼마나 똑똑하고 편리한지, 기업이 활용할 만큼 가격 경쟁력이 있는지,
그리고 세계 시장에서도 선택받을 수 있는지입니다.
그래도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해외에서 만들어진 AI를 신기하게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질문이 조금 달라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AI를 얼마나 잘 사용할 것인가?”에서
“한국은 어떤 AI를 직접 만들 것인가?”로 말입니다.
LG AI연구원, SK텔레콤, 업스테이지.
세 팀의 경쟁에서 최종적으로 어떤 AI가 살아남을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일상과 산업에서 어떻게
사용될지 지켜볼 만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