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년 절에서 만난 뜻밖의 주인공, 통도사 공작새
경남 양산에 있는 통도사는
무려 1400년의 시간을 품은 사찰이다.
신라 시대 선덕여왕이 절 완공식에 참여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고,
무엇보다 부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우리나라 유일한 사찰로도 유명하다.
이번에 통도사를 다시 찾은 이유는
최근 우담바라 꽃이 더 많이 자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인들과 함께
이른 아침 통도사를 찾았다.

예상하지 못한 시작
절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어딘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한쪽으로 몰려 있었다.
“뭐지…?”
가까이 가보니
공작새 한 마리.
그런데 그 한 마리...
절 마당을 돌아다니는 공작

사천왕문 앞을
마치 자기 집 마당처럼
유유히 걸어 다닌다.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가도
전혀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 사이를 자연스럽게 지나간다.
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웃으며 바라보고
그 순간만큼은
모두의 시선이 공작에게 향해 있었다.
작은 기대
사람들은 공작을 보며
뭔가를 기대하기 시작했다.
먹이를 주기도 하고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보기도 한다.
하지만 공작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천천히 걸어 다닐 뿐이었다.
괜히 기대했나 싶을 즈음
우리는 자리를 옮기려 했다.
그리고 시작된 순간

그때였다.
“와…!”
뒤에서 터진 소리에
다시 돌아봤다.
아까 그 공작이었다.
통도사의 작은 공연

거대한 깃털이
천천히 펼쳐지기 시작했다.
푸른빛과 초록빛이 섞인 깃털이
부채처럼 퍼지면서
순식간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마치 보여주기라도 하듯
천천히 한 바퀴를 돈다.
그 모습은
정말 “공연” 같았다.
사람들은 말을 멈추고
그 장면을 바라봤다.
그날의 주인공
그날 통도사에는
매화도 있었고
우담바라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많은 시선을 받은 건
아마도
그 공작새 한 마리였을 것같다.
1400년의 시간을 품은 절 한가운데서
사람들 앞에 깃털을 펼쳐 보이던 공작.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이
오히려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것 같다.